2009년 1월 21일 수요일

블로거

   두 사람이 여행을 갔다. 친근한 이름을 붙여보자면 만수와 청수라고 하자. 둘은 어느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청수는 만수에게 주변 거리라도 구경하러 가자고 했지만, 불문원 불견원을 실천하는 만수는 묵묵히 노트북을 두드릴 뿐이었다. 노트북의 액정에는 인터넷 창이 하나 떠 있었다
 
  만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 손수 답덧글을 달면서 "네. 저도 그래요. 크크."라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그러고는 중얼중얼 혼자서 뭔가 말하더니 미친듯이 쿡쿡 웃는다. 무섭네. 청수는 속으로 생각한다. 쟤 왜저래? 마음같아선 욕실 샤워기로 정신나간 만수에게 물대포를 날리고 싶어졌지만, 문명의 유산인 언어를 통해서 설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넌 왜 하루라도 블로그질을 안할 때가 없니? 내가 중요해 블로그가 중요해? 하루라도 안들어가면 뭔 일이라도 나니?"
  "응. 두 가지 문제가 생기거든."

  만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없으면 사람들이 불안해 해. '우리 만수찡님 갑자기 새 글도 안올라오고, 어디 아프신 건 아닌가여?'란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는거지. 매사가 주먹이 앞장서는 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주먹으로 의견을 교차해볼까 하는 충동을 청수는 억지로 참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만수는 태연하게 말을 잇는다.

  "인터넷 커뮤니티도 일단은 '커뮤니티'야. 굳이 블로그 뿐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말하고 떠들고 하는 거지. 자자, 이것봐. 내가 이 카페 부운영자이기도 해. 이 사이트에서는 고정닉이기도 하고. 하루라도 접속하지 않으면 당장에 난리가 난다니까?"
  "그래... 대충 알 거 같네."

  사실 긴가민가 했지만 청수는 일단 동의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만수의 안경에는, 인터넷 창 여러개를 띄워놓고 끊임없이 "ㅋㅋㅋㅋ" "ㅎㅎㅎㅎ"를 입력하는 화면이 비친다. 청수는 물었다.

  "그러면 두번째 문제점은 뭐냐."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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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군대에 가는 대신, 새로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제와서 또 파릇파릇한 새내기가 되자니 얼굴의 액면가가 짐바브웨급이라서 막막하군요.

LESS의 잡담이었습니다.

댓글 10개:

  1. 아....슬퍼서 돌아가실것 같으니 이런 글 쓰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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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케트라브 - 2009/01/21 20:15
    슬프다가 초탈해버리면 괘,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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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거 같아서."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거 같아서."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거 같아서."



    크......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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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일 큰 문제죠. 제가 없는데도 잘 돌아가다니!

    설마 제가 죽었는데도 지구가 변함없이 자전해버리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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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거 같아서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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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중간쯤 그어진 삭제선에 마음이 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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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카사 - 2009/01/22 01:08
    사실 저렇게 생각하면 이미 지는거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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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위래 - 2009/01/22 06:02
    슬픔에 못이겨 역자전해버릴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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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테위 - 2009/01/22 10:41
    저 문장을 쓰면서도 제 가슴이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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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네누크 - 2009/01/22 11:39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멘트죠.

    "내가 중요해, ○○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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