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31일 토요일

그림과 함께하는 토막글 7

 

  나는 숲으로 사라졌다. 나들에게 남긴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습한 안개에 젖어드는 삼림의 푸른 빛 속으로, 나의 뒷모습이 잠겨간다. 물웅덩이를 내딛을 때마다 챠박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그 소리마저도 어느샌가 희미하게 사라진다.

 

   "갔군."

 

  나는 중얼거렸다. 눈을 감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이런 음침한 곳에서 마음놓고 잠에 빠질 만큼 내 신경은 굵은 편이 아니다. 평평한 돌바닥이라는 특등급 자리에 누워있던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다른 나들은 지쳐 나자빠져있다. 밤새도록 강행군해서 지칠대로 지친 나들은 제각기 다양한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다. 저것도 개성이라면 개성이다. 나는 방수 주머니에서, 출발 당시 지급받았던 비스켓을 하나 꺼내었다.

 

   "어차피 정찰나간 거 아니겠어? 신경 꺼."

 

  경사진 흙비탈길에 담요를 칭칭 감고 있던 내가 입을 열었다. 습기를 먹고 눅눅해진 비스켓을 씹는 내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너도 아직 안 자고 있었냐."

   "자다가 일어난거야 인마." 라고 대답한 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 생각엔, 슬슬 뒤를 잡히고 있는 거 같아."

   "설마... 그럴리가. 아직 걔네들은 중립지구에 있을 거다."

 

   나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말한게 무엇을 뜻하는건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니켈 산맥을 따라 대륙의 중심부로 향하는 여정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건 각오했었다. 그 각오에 비례하여 최대한 안전하고도 확실한 루트로 행동했음에도, 그 녀석들이 나들을 쫓아오고 있다는 건.

 

   "적어도 그 여우같은 년은 눈치챘다는 것이다. 최악의 가정은 아니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군. 앞으로 좀 더 주의깊게 이동해야 겠어."

   "지금 숲으로 들어간 나는, 혹시나 먼저 앞서가서 길을 막고 있을 수 있는 놈들 때문에 정찰을 간 거냐? 거 참 착한 심성일세."

   "그런거지. 다른 나에게 걱정을 끼치긴 싫으니, 모두 자는 틈에 나간거다. 하지만……휴식 시간이 끝나면 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거다. 숲으로 간 내가 돌아오든지 말든지. 알기 싫어도 알아두면 좋은게 현실이잖아."

   "동의. 아아- 짜증난다 진짜."

 

   나는 더럽게 맛이 없는 비스켓을 꿀꺽 삼켰다. 여기저기 습기가 줄줄 새는 방수 주머니나, 내 뒤통수를 노리기 시작한 로푸스 놈들이나. 하나같이 거슬리는 일 뿐이다. 몸은 물 속에 지내는 쪽이 편하면서도 입맛만은 육지를 따르는 내 취향도 괜히 성질난다. 먼저 말을 건 나는 다시 잠이 들었는지, 색색 숨을 고르면서 몸을 뒤척인다. 나도 다시 돌바닥 위에 누웠다. 아직 휴식 시간은 적잖이 남았다. 숲은 다시 조용해진다. 그렇게 한동안 차가운 돌 위에 누운 나는, 오지 않는 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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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으로 사라졌다.'

 

의외로 이 문장이 말이 안되죠;;

 

LESS의 잡담이었습니다.

댓글 3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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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onymous - 2009/02/01 12:42
    아니예요. 우연히 같은 겁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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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래도 재밌어요.

    저도 저정도 문장구사력만 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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