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야심한 시각에『2012』 감상 (미리니름 無)


0. 한줄 평: '해운대x2012' 팬픽쓰고 싶따

1. 집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 생겼습니다. 걸어서 30분 거리는 편하게 오갈 수 있다고 말하긴 뭐하지만, 적어도 버스 지하철 끊어진 오밤중에 터덜터덜 걸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오늘도 방심하고 느긋하게 극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고딩이 득-실-득실거리는 로비. 맙소사.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아니라 포스트 수능의 여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2. 어쩐지 흑역사만 쏙 빠져 있는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의 신작 <2012>는, 장장 150분에 다다르는 러닝타임에 무지막지한 볼거리를 투입합니다. 캘리포니아가 인수분해되는 초반의 압도적 시퀀스. 그 정도의 CG가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관객 천만 동원한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는 어린이 공기놀이 수준입니다. 거대한 항공모함이 거대한 파도와 함께 백악관을 덮치는 씬이 '그저그런 장면' 중 하나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영화 투자자들의 지갑을 홀랑 털어버릴 기세로 <2012>는 관객들의 눈을 황홀할 정도로 즐겁게 해줍니다.

3. 블록버스터 영화의 본분인 킬링타임엔 최적화된 영화이나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거국적으로 대차게 말아먹었던 전작 <B.C 10000>에서 보여준 안드로메다 관광 스토리에서 제법 성장하긴 했지만 <2012>의 내용 알맹이는 '훌륭하다'고 말하긴 부담스럽습니다. 주인공 파티를 아슬아슬한 상황에 던졌다가 구해내는 것이 재난영화의 정석이긴 하지만... 으으. 태클을 거는 것이 패배라고 생각합니다. <2012>는 그런 영화입니다.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내용에 태클을 걸지 말고, 매 프레임마다 돈냄새가 풍기는 착각이 들만큼 화려한 볼거리를 즐기세요.

4. 거대한 파도가 육지로 몰아친다는 점에서 <해운대>와 <2012>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몰아닥치는 파도 규모는 십배수 단위로 차이납니다. 밍밍한 전세계 육지를 바닷물로 간하려면 파도 높이가 킬로미터 단위는 되어야겠죠. 단순히 파도 크기 수준을 가늠하는 문제를 떠나서, <해운대>는 영화 제목 그대로 '해운대'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오밀조밀한 군상극이고, <2012>는 전세계를 무대로 진행되는 메가스케일 재난활극입니다. 당연히 드라마 밀도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평론가들이 <2012>를 내용 차원에서 까면 나노 단위로 조각날 게 확실합니다. <해운대>에서 느꼈던 푸근한 정을 <2012>에서 바라면 안되겠죠. 벌써부터 스토리로 <2012>를 씹어대는 블로거들을 보면 조금 안타깝습니다. 영화 감상하는 포인트를 조금만 바꿔도 즐겁게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이 감독은 스토리 쪽으로는 뭔가 포기해서는 안될 소중한 무언가마저 포기한 거 같이 느껴지는게 문제....;;)

5.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맛입니다. 큰 스크린은 물론 쿵쾅쿵쾅 서라운드로 울리는 극장 입체 음향으로 즐겨야죠. 적당한 로맨스와 가족애도 가미되어 있으니, 애인과 함께 보면 금상첨화입니다. 커플 브레이커로 악명을 떨쳤던 <고질라>와는 달라요. 저녁에 지쳐서 보면 깜박 졸 수도 있으니 화창한 대낮에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물론 <2012>는 체감 러닝타임이 몹시 길다는 점을 감안하셔야 겠습니다. 그리고 이 감평을 적은 본인이 싱글이라는 점도 감안하는 편이. :-)

6. 아, 그리고 첫 수능 보신 고3분들 수고하셨어요.
   즐거운 밤 되시길.

LESS의 감상이었습니다.

댓글 4개:

  1. 수능... 그냥 언어 좀 풀고 나머지 잤죠 -_-;

    요즘 돈도 없어서 궁색한데 이런 떡밥을 물려주시다니.

    또 돈 나갈 즐거운 일이 하나 더 늘었네요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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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옥수 - 2009/11/13 22:01
    수능 때 앞사람이 자면 뒷사람이 엄청 부담스러워요. 제가 그랬거든요. 읭읭.

    2012는 극장에 걸려 있을 때 후딱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수능 수험표 쥐고 극장에 가면 일이천원 정도 깎아줄걸요. 'ㅡ')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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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ESS - 2009/11/14 02:35
    오오오, 무려 할인이라니, 극장까지 범용이 가능한 만능의 수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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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2012 영화 감상문
    재난영화나 SF무조건 올인하는 버스닉 이혁재입니다. 마침 국민카드에서 스타카드를 발부해주는 바람에 둘이서 4000원이라는 경이적인 가격으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하하;;12월 지나기전에 10회영화를 봐야 뽕을뽑는? ;ㅁㄴㅇㅍㅁㄷ흏ㄹ4ㄷ 완전...몰입도 짱이고요 스토리는 구려도 그래픽만 살면 만족하는 단순한 식성때문에 아주아주 잘보았습니다. 하지만 보고나서 느낀점...영화평은 아니지만... 돈있을때 저축하고 놀때 열심히 펑펑 놀고 후회없이 살자...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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