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비타 500에 감기약 하나 먹고 어제 오후 5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일어나보니 오늘 아침 8시였습니다. 엄청난 숙면입니다. 열 다섯 시간을 깨지 않고 내리 잔 적은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로 처음입니다. 살짝 눈꺼풀이 부어오른 어리벙벙한 얼굴로 딸기를 먹고, 세탁기를 돌리고, 옥상에 빨래를 널었습니다. 상쾌한 햇빛으로 온 몸을 소독하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 블로그에 글을 써야겠구나. 이것도 포스팅거리가 아닐까. 그런 다음에 떠오른 생각이 이거였습니다. 오늘 오전에 수업이 있었지. 뭔가 사고 회로의 A면 B면을 반대로 끼워맞춘 듯한 느낌에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1. 요새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어디서 충전하려고 해도 할 곳이 없습니다. 소설책으로 기분전환을 하려고 해도, 글이 잘 읽어지지 않아요. 잘 써지지도 않구요. 멍하니 TV를 보고, 게임을 하며,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휙휙 흘려보내는 제 자신을 보고 오늘 깜짝 놀랐습니다. 전 대체 개강하고나서 한 달이 넘도록 무슨 생각으로 지낸 걸까요. 술김에 실수로 뇌를 토해내버린 기분입니다.
2. 제가 다니는 학과는 과 특성상 한문을 굉장히 많이 외어야 합니다. 이런저런 전공 수업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외워지는 한문도 없는 건 아니지만, 수시로 자습하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리곤 하죠.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저 자신에게 '괜찮아, 이건 슬럼프니까 며칠만 푹 쉬면 공부 기어가 돌아올거야'라고 거짓말을 치고 있었습니다. 독서와 공부는 시간 날 때 하는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을 모른 척 하고 있던 겁니다.
3. 어제 1박 2일 간의 MT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행동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무엇이 더 귀중한지 가치판단은 확실히 해야 하겠습니다. 인터넷보다 현실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놀고 공부를 하는 습관을 버리고, 공부하고 놀아야겠습니다. 뻘글만 쓰지 말고 습작질도 하겠습니다. 게임보다 다음날 수업 예습을 우선하겠습니다. 온라인 세계가 좋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현실은 오프라인이니까요. 전 여태까지 너무 0과 1의 세상에 정신을 놓아두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로그를 한 달이 넘도록 방치한 주제에 이런 건방진 말을....;; 죄송해요; 여긴 나름 진지한 글만 쓰려고 했는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았어요ㅠ)
4. 위에서 주절거린 말과는 핀트가 맞지 않지만, 요새 딸기값이 여기저기 차이가 많이 납니다. 버스타고 역전 시장까지 발품을 파면 꽤나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그러려니 교통비가 들고, 집 앞 청과점에서 사려니 편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윤리적이네요. 아침 끼니를 언제까지 요플레 플레인+딸기로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새는 세상이 참 좋으니 사계절 내내 착한 딸기가 나옵니다만 가격까지 착하지는 않잖아요. 엉엉ㅠ
LESS의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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